콩닥이가 7개월이 좀 넘고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크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기침을 하는데 가래소리가 걸걸걸걸 들렸어요.
방금 전 수유를 하면서 갑자기 사레가 걸렸는지 켁켁 거리며 기침을 했었는데 나는 별 의심없이 그 사레 걸린 것 때문에 걸걸소리가 나는 줄 알았고... 그래서 처음에는 기침할때마다 계속 등을 두드려줬어요.
근데 계속되는 기침과 걸걸대는 가래소리가 멈출 기미를 보이질 않고 갑자기 열까지 나는게 아니겠어요
처음엔 37.7~37.8도 사이로 미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근데 밤이 되면서 38도를 넘었고, 일단 몇시간 동안 38.5도는 넘지 않고 유지되길래 해열제는 먹이지 않고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밤부터 열나요 어플에 계속 기록하며 아래 사진과 같이 수시로 열을 재기 시작했어요.
근데 아기가 기침 때문에 새벽에 잠을 깊이 못들고 숨소리는 계속 걸걸컹컹거렸어요.
게다가 열은 38.5도는 넘진 않지만 그렇다고 38도 아래로도 내려가지 않았어요.
일단은 빨리 열을 내리고 잠을 재워야겠다 싶어서 집에 있던 해열제를 먹였어요. (먹인 약: 챔프 빨강 3.0cc)
약을 먹이고 한시간쯤 지나니 37.7도 ~ 그보다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열이 처음엔 잘 내려가는것 같더니 얼마안가 또 열이 오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턴 38도를 쭉 유지하길래 걱정이 되서 소아과로 바로 갔어요.
작년에 임신 중일때부터 다녔던 좌천동 일신기독병원. 아기가 태어나고나서 소아과까지 쭉 일신기독병원을 다니고 있었어요.
병원에 급하게 문의해보니 코로나때문에 미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소아과로 오면 안된다고 안내를 받았어요.
37.5도 이상 열이 나면 "호흡기 클리닉"으로 가라고 하더라구요.
호흡기클리닉은 병원 주차장 위쪽에 위치하고 있었어요.
다행히 호흡기 클리닉에는 소아과 선생님이 항상 한분이상 대기하고 계셨어요.
소아과로 출발하기전 마지막으로 열을 쟀을때도 38.0도였어요.
호흡기클리닉에서 체온을 확인하시더니 일단 코로나 검사부터 해야한다고 하셨어요.
이렇게 인생 7개월차에 콧구멍 찌르는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검사결과는 빨리 나와요. (다행히 코로나는 음성)
호흡기 클리닉에서 소아과 윤현진 과장님께 진료를 받았어요.
- 기침을 많이 해서 목이 많이 부은 상태
- 청진해보니 가래소리도 들리고 눈곱도 약간 있고 눈도 조금 충혈된 상태
- 요즘 유행하는 감기바이러스 같음
- 덤으로 (거의 확신 가능할 정도로) 아토피기가 보임...ㅋㅋ
일단 폐 소리가 입원할 정도로 심각하진 않다고 기침가래약+안약+해열제를 처방받았어요.
우선은 해열제랑 기침가래약(3일치) 먹여보고 호전이 안되면 다시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바로 집으로 와서 꼬박꼬박 약을 먹였어요.
처방받은 해열제는 타이레놀 계열 + 부루펜 계열 두가지였어요.
(타이레놀 계열 먼저 먹이고 소용 없으면 부루펜 먹이라고 하심)
콩닥이는 타이레놀로 열이 잘 안잡혀서 부루펜도 번갈아가며 먹였어요.
(열이 높이 올라갈땐 38.8도까지 올라가더라.... ㅠㅠㅠㅠ)
열이 높을때는 내복도 벗기고 미온수로 얼굴/목/가슴 순서로 계속 닦고 해열제도 먹이고 해서 겨우겨우 38도 정도로 내렸어요.
이때는 해열제로도 쉽게 열이 안잡히더라구요ㅠㅠㅠ
해열제 먹고 나서 열이 내린게 38도 정도였으니까요...
애기 몸이 너무 뜨거워서 닦아내는 손수건이 뜨끈뜨끈했어요.
다행히 컨디션은 축 처지거나 그런것 없이 잘 놀았어요.
그래도 아기들 열 경련/경기 일으키는게 위험하다고 여러번 들었어서ㅜㅜ 39도 가까이 올라가는게 무서웠어요.
처방약은 꼬박꼬박 다 먹였는데 나아질 기미는 도저히 안보였어요.
수시로 기침을 하고 걸걸거리는 가래소리는 계속 들렸어요.
본인도 목이 아프고 숨쉬기가 어려운지 맘마도 제대로 못먹고, 이유식도 거부했어요.
옆에서 보고있는 애미애비가 맴찢....ㅠㅠ
가래를 뱉을 수라도 있으면 좋을것을... 뱉는 방법을 모르니 계속 기침은 하면서 찡그리고 괴로워했어요.
3일 동안 처방받은 약을 다 먹였는데도 기침가래가 나아지는게 없어서 다시 병원을 찾아갔어요.
아직도 열이 내려오질 않아서 호흡기 클리닉으로 가야했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코로나 검사는 안해도 된다하여 바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어요.
이번엔 다른 소아과 선생님이 계셨어요. (이규진 과장님)
이 날은 열은 38도 아래로 내려갔지만 37.7~37.8도 정도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고 더이상 해열제는 먹이지 않았으나... 몸은 약간 뜨끈뜨끈한 정도? 였어요.
과장님이 청진하시고 목 상태를 보시더니 일단은 지금 사흘째 열과 기침이 유지되고 있으니 엑스레이를 한번 찍어봐야겠다 하셨어요.
걱정걱정하면서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돌아왔는데 폐 사진을 보시더니 폐렴까지는 아니고 모세기관지염이라고 하셨어요.
현재 상태로는 입원해도 되고 가까우면 계속 통원치료로 해도 되겠다며 엄마가 선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통원치료로 하겠다고 하니,
저번에 처방받은 약으로는 기침이 안잡히니까 항생제를 추가해서 먹여보고 주말도 껴있으니 상태 안좋아지면 월요일에 바로 병원에 오라고 하셨어요. (다른 종류 기침가래약+항생제+유산균 처방)
이때부터 다행히 열은 더이상 38도 위로 오르지 않았어요. (-> 4일째부터 열 안오름)
얼른 기침을 잡아야해서 항생제와 기침가래약을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먹였어요.
곧 주말이어서 혹시나 상태가 더 안좋아질까봐 노심초사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어요.
제발 이번에는 가래가 멎길 빌었으나 주말내내 약을 잘 먹여도 상태는 크게 좋아지지 못했어요.
옹알이를 할때도 걸걸거리는 소리가 종종 났고, 기침도 계속 있었어요.
계속 걱정이 되서 약이 떨어질쯔음 소아과에 다시 갔어요.
더이상 열은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반 소아과로 들어갈 수 있었어요.
따로 예약 없이 무턱대고 왔기때문에 오랜 시간 대기를 하고 겨우 진료를 볼 수 있었어요. (윤현진 과장님)
선생님께서 청진만으로도 폐에서 그릉그릉하는 소리가 심하다고하셨어요.
바로 폐렴 의심된다고.. 엑스레이 다시 찍어보자고 하셨어요ㅠㅠ
곧바로 엑스레이를 찍고 돌아와서 진료보는데... 보시자마자 폐렴이 맞다고 하셨어요.
고여있는 가래도 꽤나 보인다고 지금 바로 입원해서 치료하는게 좋겠다고 입원하라고 하셨어요.
아기가 너무 어려서 입원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결국 입원하게 되었어요.
아직 7개월 밖에 안됐고 완모 중인데다가 아직 밤에 통잠도 못자기때문에 최대한 1인실로 잡아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다행히 1인실이 남아있다고 하셨고 오후 중에 입원수속하라고 하셨어요.
간단하게 입원 설명을 들은 후에 우선 집에 가서 입원할 짐을 준비해오겠다고 말씀드리고 오후 4시까지 와서 입원수속을 하겠다고 했어요.
입원 안내문에는 입원수속을 위해서
- 코로나 검사 (저번 주에 했어도 다시 검사해야함)
- 채혈 (바이러스 등 검사)
- 입원 수속
- 입원실로 이동
순서로 진행하라고 적혀있었어요.
입원 준비물로 보호자용은 아무것도 없기때문에 어른 수저부터 베개/침구까지 다 가져오라고 적혀있었어요.
기저귀부터 각종 준비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병원으로 돌아갔어요.
- 코로나 검사는 아기&보호자 둘다 해야해요.
- 아기도 보호자도 콧구멍 두 번씩 찔러야해요 (검사결과는 15분~20분 이내로 나와요. 코로나 검사 비용은 퇴원 수납할때 함께 청구됨)
- 채혈실로 가서 아기 채혈
- 원무과에서 입원 수속 + 입원 환자 팔찌 및 보호자 출입증 수령
까지 마치고나면 본관 5층에 있는 소아병동으로 가면 됩니다.
폐렴 입원은 그냥 맘 편하게 일주일 정도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입원 직전 했던 피검사 결과는 하루내로 나와요.
입원 다음날쯤 바로 담당 과장님께서 피검 결과를 설명해주셨어요.
우선 다른 결과는 다 정상이고 바이러스 검사에서 RSV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하셨어요.
다른 약 추가할 것 없이 현재 투여중인 약 유지하면서 폐렴 치료 그대로 진행했어요.
RSV는 매년 겨울마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라고 하시더라구요.
입원 중 치료는
-오전 중 담당 과장님 회진
-링거 통해서 항생제/염증약/수액 등 맞음
-아침 점심 저녁으로 처방된 약 먹임 (가루약 2회/물약 3회)
-아침/점심/저녁/자기전 네뷸라이저 마스크로 호흡기 치료 (하루 4회)
-그외 매일 수액 갈기, 수시로 상태 확인 및 체온/맥박 체크
이렇게 진행되었어요.
어린 아기 데리고 입원하는게 너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입원생활이 걱정한것 만큼 고달프지는 않았답니다ㅠㅠ
이 병원은 산부인과서부터 소아과까지 선생님들이 다 친절하셔요
아기도 하나같이 다들 이뻐해주셨구요
ㅠㅠ먼곳으로 이사가도 다른 병원 못갈거같습니다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1인실 병실이었어요.
바닥에는 보일러가 들어오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잘 되어있어요.
보호자 침대는 없어서 바닥에서 자야해요ㅠㅠ그래도 아기랑 지내기에는 충분히 넓었고 냉장고, 옷장, 접이식 간이식탁, 공기청정기, 작은TV 등 필요한건 다 구비되어 있었어요.젖병소독기는 병실에는 없고 간호사실 맞은편 탕비실로 가면 있었어요.
저는 아직 완모중이라 수유시간마다 훌렁훌렁 벗어야해서 1인실이 정말 편했어요.
다인실에서는 매번 커튼치고 수유해야했을텐데 상상만 해도 힘들었을 듯해요.
아기가 아프니까 이유없이 보채는 경우도 많았고,
이유식도 잘 안먹고 더럽히기만 하고 거의 버리는게 대부분이었어요.
게다가 새벽에 꼭 한번씩은 깨서 울고... 각종 소음까지도 신경써야하니 일인실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 뼈저리게 했습니다..
원래 입원설명해주실 때, 보호자 이불 베개를 따로 들고오라고 했는데 어짜피 병실에 비치된 이불과 베개는 아기한테 너무 커서 쓸 수 없었어요! 아가는 집에서 들고온 작은 이불로 재우고 내가 그냥 병원용 베개랑 이불을 썼어요.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1명만 지정 가능하고 면회는 불가능해요. (2023.2월 기준)
외출은 간호사실에 이야기하고 짐만 가지러 잠시 내려갔다 올 수 있는 정도였어요.
아기 이유식은 따로 병원에서 준비안해주므로 보호자 식사만 시켜서 먹었어요.
저는 여기서 출산하고 조리원에서도 계속 잘 먹었던 밥이어서.. 내 입맛에는 잘 맞았어요ㅋㅋㅋㅋ
그리고 주말 점심에는 국수나 오므라이스 등 특식처럼 밥이 나와요.
그렇게 입원생활이 며칠 지나고, 금요일 회진 때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그렁그렁 소리가 조금 남아있으니 주말은 병원에서 보내고 월요일에 퇴원하자고 하셨어요.
최대한 주말 전에 퇴원하고 싶었는데... 퇴원까지 정말 딱!! 일주일 걸렸어요.
그래도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하셔서 금요일부터 링거로 넣는 약도 줄이고, 먹는약도 줄이고, 네뷸라이저 약도 바꿔서 진행했어요.
그리고 무사히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날 회진 시간에 기침도 더이상 없고 폐 소리도 깨끗하고 퇴원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그렇게 월요일 오전중에 퇴원수속을 밟았어요.
월요일 퇴원이라 각종 밀린 손님이 많아서 퇴원수속부터 수납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어요
그리고 1인실이라 입원비용 폭탄은 덤ㅋㅋㅋㅋㅋ
태아보험 덕분에 반나절 만에 대부분 다 돌려받을 수 있었어요. (보험처리속도 너무 빨라서 충격적이었음..)
저희 아가는 분만 중 골절도 있었던 터라 태어났을때부터 태아보험 덕을 많이 본 편인데 보험 안들어놨음 진짜 큰일날 뻔 했어요.
이렇게 아기 생애 첫 폐렴 입원은 무사히 치료받고 잘 끝냈습니다.
걱정한만큼 고달프지는 않았다고 썼지만 다시 하고싶지는 않네요ㅋㅋㅋ
앞으론 당분간 감기나 기침에 예민해질 듯 합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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